뮤지컬 돈주앙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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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연 본 지 일주일쯤 되었는데 귀차니즘으로 정리를 하진 못했다. 한 번 공연 본 걸로 넘버들이 기억날 리가 만무해서 유튜브를 좀 뒤져보니 원작 공연 동영상들이 있길래 들어봤더니 여러 번 들을수록 노래들이 좋긴 하다. 그냥 공연 볼 때는 잘 와닿지 않았던 것들도 많이 와 닿고.. 하긴 주지훈의 돈주앙이어서 노래가 제대로 안들렸을 가능성도 ㅡㅜ

여튼 덕후스럽게 동영상을 좀 모아보니 한 편이 대충 완성된다. 미뤄놨던 리뷰도 동영상 사이에 좀 끄적여볼까.



1. 서곡 + 위대한 사람이 죽었다  Ouverture-un grand homme est mort
돈 주앙이 자신의 딸을 유혹하는 현장을 발견한 기사는 돈 주앙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이 결투로 기사는 죽음을 맞이하고 돈 주앙을 저주한다.
기사의 군대는 그를 묘로 옮기고 그를 추모하기 위해 동상을 세우기로 한다.



극은 이렇게 시작한다. 돈 주앙이 저주를 받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결투인데 초장부터 상당히 관중을 흡입하는 매력이 있는 장면이다. 돈 주앙의 결투씬은 극에서 2번 나오게 되는데 극의 시작과 끝이 결투씬으로 수미쌍관을 이루는 듯 하다.

커다란 달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은 사실 포스터에 나오는 메인 비쥬얼인데 이걸 보면 주지훈이 왜 캐스팅되었는지 알 듯도 하다. 단지 실루엣으로만 보여지는 이미지나 결투신에서 보여지는 돈 주앙의 이미지에 참 잘 맞긴 하다. 원작에서는 펜싱칼을 이용한 거 같은데 한국 공연에서는 나무 재질의 칼을 사용해서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훨씬 더 좋게 들린다. 다만 원작도 그런 것 같지만 좀더 리드미컬한 칼싸움 소리를 냈으면 했는데 그건 욕심인가;


2. 모든 것을 가진 사람 L'homme qui a tout - 돈 카를로스

돈 주앙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언자인 돈 카를로스가 돈 주앙이 많은 여인들에게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올바른 길을 가게 하려고 애쓴다.




돈 주앙의 친구인 돈 카를로스의 등장. 아래 등장하는 이자벨과 더불어 극의 나레이터 역할을 하는데 이 두 남녀는 정말 최강의 오지라퍼;;

내가 본 공연에서는 돈 카를로스 역에 조휘씨가 나왔는데 이분 음성이 매력적이었다. 좀 약한 감은 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라서 귀를 피곤하게 하지 않아서 좋았다. 사실 주지훈의 음색이 좀 거친 편이었고 내질르는 노래들에 강점을 보인 편이라서 둘이 같이 부르는 장면이 꽤 많았는데 서로의 음색이 어울려서 듣기도 좋았다. 다른 영상에 첨부하겠지만 더블 캐스팅이었던 김성민 씨는 원작의 돈 카를로스와 비슷한 약간 거칠고 강한 음성이었던 것 같은데 둘다 노래는 괜찮았지만 내 취향에는 조휘씨 버전이 더 좋았을 듯.

돈 카를로스가 노래 부르는 도중에 돈주앙은 계속 배경으로 무대 뒤편을 거니는데 세트와 조명상 세월이 흐르고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역시 돈주앙의 기럭지와 간지가 상당히 중요시되는 장면. 하지만 돈주앙의 저주는 사실 뒤쪽에 나오지 않던가? 주지훈의 돈주앙이 특이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돈주앙은 이미 저주받기 전부터 스스로의 저주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무 것도 사랑할 수도 없고 모든 걸 가졌지만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돈주앙은 그 자체로 저주가 아닐까. 주지훈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자체가 뭔가 허무주의를 내포한다면, 이 장면에서 뭔가 더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 주지훈은 그냥 무대 뒤를 서성이는 것 외에 대단한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배우 스스로의 캐릭터가 묻어나온다면 그걸로 좋은거지 뭐.


3. 돌같은 마음 coeur de pierre - 이자벨
돈 주앙의 옛 여인이었으나 현재는 돈 주앙의 곁에서 그를 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충고를 아끼지 않는 친구 이자벨. 돈 주앙이 변하지 않으면 안 좋은 일이 닥칠 것이라고 충고한다.




사실 1부가 끝나갈 때까지 이 여인이 도대체 무슨 역할인지 몰라서 좀 헤맸는데 ㅡ.ㅡ;; 인터미션에 프로그램북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역시 나레이터 역할인데 극중 나레이터가 둘이나 될 이유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여튼 이 배역에 대해서는 좀 불만이 있었지만 이 역을 맡은 이지숙씨는 꽤 좋았다. 엘비라, 마리아, 이자벨 등 극에서 주요역할을 맡은 세 여배우 중에 가장 노래도 좋았고 조그마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파워풀했다. 특히 저음이 매력적이라서 꽤 좋았다. 하지만 역시 배역이 좀 애매하다 보니 붕 뜨는 기분도 ㅡ.ㅡ;


4. 나의 이름 Mon nom - 돈 주앙
돈 주앙이 스스로 자신에 대해 설명한다.




드디어 등장한 돈 주앙. 주요인물들이 많다보니 설명이 너무 길다. 돈 카를로스가 이미 돈주앙을 설명했고 이자벨 또한 돈주앙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돈주앙이 스스로 자기 설명을 해야 하니 이미 극의 앞부분이 늘어져 버린다. 캐릭터 설명에만 도대체 몇 분을 소요한건지;

넘버 자체가 상당히 도발적인 곡이라 자꾸 생각나는 곡이긴 한데 문제는............ 뮤지컬 초짜 주지훈이 부르기에는 너무 심하게 벅찬 곡이었다. 더군다나 돈주앙의 첫곡인데.. 뭐 주지훈 아니라도 누가 불러도 어려운 노래긴 한데 원작에서도 듣는 사람까지 숨차게 하는 곡이라 사실 주지훈 버전은 좀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근데 뭐 다른 배우들도 그닥 다르지 않은 것 같긴 하고... 아래는 김다현의 쇼케이스 장면인데 역시 김다현도 헉헉대면서 부르는 게 그닥 편하게 들리진 않는다. (주지훈만 못부른 건 아니라고.. 어흑)

http://www.playdb.co.kr/magazine/MovieView.asp?sReqPlayNo=7709&sReqKind=017008&sReqMediaNo=12929


5. 그의 아버지께 얘기해요 - 돈 카를로스
6. 그에게 전해주세요 Dites-lui - 엘비라

돈 카를로스는 버림받은 돈주앙의 정혼녀 엘비라에게 돈 주앙의 아버지인 돈 루이스의 도움을 요청을 것을 권한다.좌절한 엘비라, 정혼 후 자신을 배반한 돈 주앙의 행동을 돈 루이스에게 한탄하며 그가 돌아올 수 있도록 부탁한다.



드디어 돈주앙의 정혼녀 엘비라 등장. 여기까지만 해도 엘비라는 비련의 여주인공 이미지였으나.... 극 전체로 볼 때 진짜 이상한 여자처럼 나온다 ㅡ.ㅡ; 돈주앙에게 버림받은 후 수녀원으로 들어가겠다며 돈주앙의 아버지인 돈 루이스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인데 넘버 자체는 꽤 좋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이 여자의 집착증이 결국 사고를 부르는 건데.... 무척이나 일일드라마 악녀 삘로 묘사되면서 캐릭터가 모호해진다는..

내가 본 날의 엘비라는 최미소였는데 뭐 그럭저럭 어울렸지만 캐릭터가 워낙 이상해서 그런지 딱히 좋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엘비라의 넘버들이 대체로 노래가 좋던데 노래에 비하면 매력은 별로..


7. 아버지가 널 부르셔 - 돈 카를로스, 돈주앙
8. 기사의 출현 - 기사, 돈 주앙

돈 카를로스는 돈 루이스의 부탁으로 돈 주앙을 만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니, 돈 카를로스는 뭘 그리 전하고 다니느라고 바빠;; 그냥 돈 루이스랑 돈 주앙이 알아서 만나면 되지 돈 카를로스의 오지랖은 엘비라한테도 돈 루이스한테 가보라고 전해, 돈 주앙한테도 돈 루이스한테 가보라고 전해... 참 바쁘기도 한 캐릭터다.

이 극이 좀 애매한게 이런 점인데 내용상의 비약이 많고 스토리텔링 자체가 빈약하다는 거야 뭐 어쩔 수 없다지만 쓸데없는 장면들이 꽤 많다. 그게 아마도 돈 카를로스와 이자벨의 캐릭터 때문인 것 같은데 이들보다 더 중요한 캐릭터인 마리아(돈 주앙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인)와 라파엘(마리아의 연인)이 극의 중반부에 나오다보니 앞 부분에 서설이 넘 길어져 버린다. 그리고 기사의 저주가 맨 앞 장면에 나오는 데 반해 돈 주앙의 연애행각은 마리아가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되고 돈 카를로스, 돈 루이스, 이자벨, 엘비라까지 다들 따라다니면서 충고질을 하다 보니 1부의 구성 자체가 참 애매하다는거다. 차라리 마리아랑 연애질하는 걸 더 늘려서 보여주던가.

여튼 돈 주앙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기사의 모습을 보게된다. 동영상에 나온 것처럼 연출되지는 않았고 (사실 라이센스 공연이라 그런지 거의 대부분의 장면들이 동영상에 나오는 원작들과 거의 똑같이 연출되었다.) 무대 뒤편에서 기사가 나오는데 극의 전체가 대사 없이 노래로 이어지는 반면 기사 나올 때만 대사가 나오는데 좀 분위기가 웃겨진다; 의도한 건 아닌 거 같은데 기사의 목소리 자체가 녹음된 거라 그런지 현실감이 없어서 그런가.


9. 내 아들아 Mon fils - 돈 루이스
돈 주앙의 아버지 돈 루이스가 자신의 아들 돈 주앙에게 충고한다.


 

아버지와 돈 주앙의 만남. 돈 루이스는 아들인 돈 주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들이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를 얘기하면서 충고한다. 내가 본 공연에서는 송용태씨가 돈 루이스 역을 맡았는데 정말 좋았다. 신인 배우들이 많은 공연이었고 좋은 노래실력을 가진 배우들도 많았지만 난 이상하게 이런 나이든 배우들의 울림이 있는 소리가 참 좋다. 아래는 프레스콜에서의 송용태씨 공연 장면.

http://www.playdb.co.kr/magazine/MovieView.asp?sReqPlayNo=7709&sReqKind=017008&sReqMediaNo=13145

근데 당연하게 돈 루이스와 돈 주앙의 듀엣곡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돈 루이스의 솔로곡이다; 뭐 솔로곡인게 나쁜 건 아닌데 옆에서 어정거리는 돈 주앙이 참 뻘쭘하겠다 싶었다;; 뒷곡인 '악의 꽃'에서는 친구 돈 카를로스의 충고에 할말 다하는 돈 주앙이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뭐 반항하기는 좀 애매했나... 그러긴 해도 너무 어정거리고만 있으니까 좀 애매했다. 특히나 기사의 출현 이후에 만난 아버지인데 뭔가 돈주앙의 두려움도 없고 왜 자신이 이렇게 방황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냥 여자를 후리고-_- 다니다 보니 돈 주앙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그렇게 긴 설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알 수 없는 캐릭터가 되었다고나 할까.

무대에 쓰러져있는 대형 꽃병이나 그런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무대가 추상적으로 구상되기는 하지만 이 부분의 무대 장치는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명문귀족 가문이 돈 주앙이라는 아들 때문에 넘어져 버린걸 상징하는건가?



아흐 길다... 여기서 일단 좀 끊고 1부의 뒷부분인 '술집' 장면 동영상을 또 모아봐야지.

euni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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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대치동갈매기 2009/03/12 00:0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세상으로 가셨길바래요...

  2. 제주도에서 2009/03/12 00:43

    eunie2.
    TV 뉴스로 보니까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다시는 이런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삼가 고인이되신 님의 명복을 빕니다.

  3. 일주매 2009/03/12 18:35

    으니님 남기신 흔적을 따라오다보니 이곳까지 오게됐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 BlogIcon 우모 2009/03/12 19:36

    비록 일면식도 없고 단지 채팅방에서 인사만 나눴던 사이지만 가슴이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5. BlogIcon 쏭군 2009/03/13 00:2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 더롹 2009/03/13 16:44

    고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군요...안타깝습니다....좋은곳으로 가셨겠죠..

  7. 바라볼수록 2009/03/13 17:47

    부디 좋은곳에서 할수 있는것 마음껏 누리시길...

  8. 2009/03/24 20:57

    저도.. 으니님 야구까페에서 두번 정기 모임때 보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야구와 함께 했던 채팅들...으니님의 관전기를 기다리던 날들 제게는 소중한 추억이에요...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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